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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 1

더운 여름을
머뭇거리는 사이
벌써 왔구나
가을 풀벌레

하이쿠 2

안녕 풀벌레
아직 여름이니까
서두르지마

하이쿠 3

놀란 나보다
더 빨리 도망가는
바다 거미

하이쿠 4

돌아가는 길
집을 나선 순간부터
잃어버렸네

하이쿠 5

배롱나무 꽃
명상에 잠긴 밤
이곳을 지나가네

하이쿠 6

매미의 우화
숨죽이고 바라보는
두 개의 눈

하이쿠 7

아직도 더워
처서에 만난 사슴벌레
멀리가지마

하이쿠 8

매미 여치 사슴벌레
여러 마음 공존하는
처서 이후의 삶

하이쿠 9

섬 사람들은
켜켜이 밀려오는 허무함을
어떻게 달랠까

하이쿠 10

떠난다는 건
실패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

하이쿠 11

뜨거운 여름
나무아래 바람은
시원하구나

낯선곳은 낯선대로
아름답고 행복하고 슬픈 사람들

육지엔 대지의 정령, 섬엔 바다의 정령

하이쿠 12

바다위에 선
물결에 일렁이는
파도가 주인

하이쿠 13

나비 한 마리
세상의 일 모두 잊고
바다로 가네

하이쿠 14

파도가 노래하네
안녕 안녕 안~녕
저 먼 곳으로

하이쿠 15

괜찮아 너도
노래할 수 있단다
찌르찌르르

하이쿠 16

찾지 마세요
아무도 없는 곳에
가고있어요

하이쿠 17

세상의 시름
잊기위해 떠나자
또 다른 시름

하이쿠 18

나비가 나비
풀벌레가 풀벌레
오리가 오리

하이쿠 19

한여름 아침
뱀이 많나봐 여기
더워서 그래

하이쿠 20

봄에 왔다가
가을에 돌아가는
제비, 부러워

하이쿠 21

여름날 햇볕
너무 뜨거워 잠시,
정신 잃었네

하이쿠 22

늦여름 우화
위로하는 귀뚜라미
괜찮아 맴맴

하이쿠를 쓰다가 잠이드는 여름밤

하이쿠 23

매미는 알까
나고, 살고, 죽는 생
이전의 삶

하이쿠 24

여름 햇볕에
졸고있는 해바라기
꿈꾸는 시간

하이쿠25

비가오면
별들도 잠을자나봐
주륵 주륵 주르륵
코고는 소리

하이쿠 26

안녕, 풀잠자리
너도 여기서 밤에
비를 피했구나

하이쿠 27

먼곳에서
나를 찾는 소리
일해야지

“떠나와도 놓지 못하는 분주한 마음이여.”

하이쿠 28

처음와 본
도시가 깨끗해서
기분이 좋아

하이쿠 29

여름 보다 가을
가을 보다 겨울
겨울 보다
지금 이순간

하이쿠 30

밤에 피었다
아침에 지는 분꽃
해뜨자 묵언 수행

하이쿠 31

안녕 귀뚜라미
긴 더듬이가 참
멋지구나

하이쿠 32

무서운 밤 비
내리던 그곳이 맞나
푸르른 냇가

하이쿠 33

바람이 분다
자, 이제 어디로
처서 다음날

하이쿠 34

한낮에는
이 넓은 가게에도
사람이 가득 찰까

하이쿠 35

두 가지 일정
머뭇거리는 사이
하루가 간다

하이쿠 36

변신의 죄가
일주일 살이라니
죄값이 크다
매미

하이쿠 37

이곳을 지나면
비도 곧
멈출거야

하이쿠 38

불빛을 꺼줄래
사슴벌레


하이쿠 39

어둠이 내려앉은
이웃집 창가
가을비도 슬그머니
내려 앉는밤

하이쿠 41

첩첩산중
적막강산에
가을비는 내리고
귀뚜라미 노래하네

하이쿠 42

귀뚜라미 소리
아득하게 들려오는
고요한 새벽

하이쿠 42

귀뚜라미 소리
아득하게 들려오는
고요한 새벽

하이쿠 43

담장 아래 집
또각 또각 또르르
비는 내리고

하이쿠44

잎사귀 아래
고요한 노랫소리
가을 풀벌레

하이쿠 42

영원할 것 처럼
멀어지고
영원하지 않을 것 처럼
돌아와
밥을 짓는

하이쿠 43

두 개의 일정
사이로 빠져나가는
단 하나의 일

십년 전 두고 온 그곳에 그립던 당신이 있었다.
당신은 줄곧 나에게 언제 오냐며 물어왔다.
배롱나무 가로수 길을 지났다고
오래된 벚나무 길을 지났다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호수를 지났다고
그렇게 당신과의 재회
그곳은 예전처럼 반짝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어딘가 모를 마음이 허허롭게 느껴졌지만
당신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그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왜 그리 긴 시간동안 한번도 오지 않았냐면서
그리웠던 마음 멈출 길이 없었다.

이름도 알린 적
없는데
어떨게 앟고 찾아왔니
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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